[Love] 사랑/사랑에 대한, 담율 생각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이별해도 괜찮습니다

상담자 담율 2023. 5. 7. 16:37

헤어짐은 슬픕니다. 특히나 연인과의 헤어짐은 다른 관계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깊숙한 안쪽의 나를 보여주며 주고받은 친밀감 때문에 슬픔이 강하게 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별을 걱정하고, 미리 대비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 이별은 필요하기도 합니다. 잠시 슬프더라도, 더 이상 이 관계가 서로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게 되었을 때는 결단을 내려야 하죠. 그렇지 않고 관계를 끌고 가면 심하게는 나 자신이 무너지게 되기도 합니다. 함께 사랑하지 못하는관계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면서요.

 

나를 지키기 위해 이별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신호탄이 될 표현 몇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혹시나 연인으로부터 이런 종류의 말을 들었다면,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꼭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1. 나의 취향, 생각, 감정을 무시하는 말

나의 취향, 생각, 감정은 나를 구성하고, 나를 표현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죠. 다른 사람의 취향, 생각,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너는 뭐 그런 걸 좋아하냐?"

"너 (취향) 진짜 이상하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무도 너처럼 생각 안 해."

"대체 왜 그 포인트에서 화가 나는거야?"

"그게 속상할 일이야?"

"너만 힘든 줄 알아?"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감정이 격앙되면 이런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수한 데 대해 사과를 해야죠. 그렇게 잠시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것을 만회할 수 있을 수도 있죠. 이미 뱉은 말로 상처받은 마음은 원래대로 되돌릴 순 없겠지만요. 하지만 이런 말을 하고 사과도 하지 않고, 심지어 반복적이라면 이별을 고민해봐야 마땅합니다.

 

2. 나의 정당한 요구를 비난하는 말

연인 관계에서 정당한 요구가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각자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선에서) 함께 시간을 조금 더 보내고 싶다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존중해달라는 요구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소중한 관계이니, 이런 요구를 할 때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겠죠.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을 공격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조심하며 표현했음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너 진짜 이기적이다."

"넌 바라는 게 너무 많아."

"너는 나를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너무 예민해."

"너 이럴 때마다 진짜 힘들다."

 

이런 말을 들으면 정당한 요구를 한 내가 잘못한 것처럼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내 요구가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나도 반성할 부분이 있겠죠. 사과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반응은 성숙한 반응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뭐, 어쩌면 이런 말들도 '이 사람 마음의 여유가 없구나', '소통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건 이해해줄 수 있는 나의 마음이 넓은 것이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상대방이 나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미성숙한 반응을 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3. "너 때문에 힘들다"는 말

앞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언급됐죠. 하지만 "너 때문에 힘들다"라는 식의 표현은 나의 어떤 행동, 즉 나의 일부 때문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 때문에 힘들다는 표현이기에 그 강도가 다릅니다. 저는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비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상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네요..

 

이 말을 듣는 상황은 아마도 상대방이 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런 말을 이별의 순간에 하는 사람이라면, 저 말로 인해 정말 마음이 아프겠지만, 헤어지는 것은 여전히 좋은 결과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 표현은 본인 생각만 하고 있다는 반증이거든요. 게다가 자신이 힘든 건, 사실은 서로의 차이, 문제 해결 방식, 혹은 소통 방식 때문인데 사람 그 자체를 비난하고 있는 거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엄청난 좌절감과 자책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어요. 반복적으로 들으면 나의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이별을 이야기하는 순간에 하는 것도 문제인데, 보통의 갈등 상황에서 "너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을리가 없겠죠. 어떤 상황에서든 연인으로부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저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와 갈등하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감정이 복받치더라도, 이런 말로 아이에게 상처주지 마세요. 부모님을 힘들게 한다는 건 아이에게 큰 죄책감을 주고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답니다.

 

4. 관계를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저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관점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관계를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표현을 지나칠 수가 없어요. "왜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식의 표현이 관계를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말입니다.에리히 프롬의 생각을 읽고, 저 문장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난 사랑할 능력이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지 않나요?

 

물론 관계를 위한 모든 노력이 좋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희생하고 포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그런 노력은 건강한 수준을 넘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수준까지 가버린거죠. 관계 안에서 진정한 나를 숨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 그것도 건강하지 않은 노력이예요. 하지만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는, 성숙한 사랑을 하는 관계라면, 있는 그대로의 나*로 관계 안에 있을 때 편안하고, 무언가를 줄 때 받는 것보다 더 큰 충족감을 느낄 겁니다. 만약 내가 무언가를 희생하고 포기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 노력을 조금 줄이셔도 괜찮을 거예요.

 

돌아와서, 사랑을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관계를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상대방을 보호하고, 책임지고, 존중하며, 알아가는 것을 포함하거든요. 사랑은 상대방이 행복한 것을 볼 때 기분이 좋고, 슬퍼하는 것을 볼 때 함께 슬픈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건 공감이죠.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 공감이 강하게 일어나긴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아니예요. 그러니 관계를 위한 노력을 부정하고, 나아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상대방이 했다면 이별을 정말 깊이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다는 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마구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배려는 성숙한 관계의 기본 조건입니다.

 

 

마치며

제가 꼽은 네 가지 표현 말고도, 이별을 고민해야 할 표현은 더 많을 겁니다. 반대로, 위 네 가지 표현에 해당하더라도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이별까지 생각할 상황이 아닐 수 있어요. 분명한 건 연인 관계 안에서 위 네 가지 표현이 굉장히 상처가 되는 표현이란 겁니다. 그러니 혹시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표현을 들었다면, 우선 나를 위로해주고, 관계를 돌아보세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죠.